# 번역 팀
# 회고
# 지혜
'차라리 노조를 만들지 그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득바득 열을 올리며 모 회사의 부당 해고 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어떤 선생님이 해주었던 말이다. 우리는 비단 임금 노동과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 받는다는 것 외에도 소속된 회사와 나아가 업계는 나라는 사람의 만듦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매일처럼 좋겠냐 만은 이 업계에서 내가 해낸 일과 업계에서 만든 느슨한 네트워크가 자랑스럽다. 머쓱하게도 나는 이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이 업계의 주인은 어떠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여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는 시대에 노동권은 문화를 바꾸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 프로젝트는 나와 함께한 친구들이 우리의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래서 배포일이 노동절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우리의 노동이 온당한 평가를 받고 지속 가능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 솜
박솔뫼의 <매일 산책 연습>에 이런 구절이 있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테크페미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순간들에 나는 미래를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만 다른 생김새를 하고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때와는 분명 다르다. 와야 할 것들을 위해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뭉쳐지고 합해진 노력들이 한 꼭지 마무리 되어 기쁘다.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노동절에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우리도 자랑스럽다.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 많다. 마중나가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젠
2017년쯤 행동 강령(CoC, Code of Conduct)에 대해 리서치를 하다가 <프로젝트 인클루드> 페이지를 발견하고 매우 기뻤던 때를 기억한다.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문서화하여 명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주 기뻤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4년 후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던 동료가 <프로젝트 인클루드> 페이지 주소를 참고 자료로 남겨둔 문서를 발견해 번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작업이 번역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해외 사례를 보며 느끼는 반가움이나 부러움에서 그치곤 하는 ‘참고 자료’를 우리가 몸담은 분야/일터에서도 모종의 쓰임새를 갖춘 결과물로 만들어 내기 위해 팀원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이다. 수년에 걸쳐 느리게 이어진 이 시간까지 모두 과정으로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번역하면서 한국의 맥락에 맞는 표현들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곧 우리 맥락에 맞는 자체적인 콘텐츠들이 여기저기서 더 많이 나타나길 기원한다.
# 루나
하루는 아침에 출근해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클릭했다.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펄 Purl>이었다. 영상을 보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재택근무 중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뜨개실 펄은 회사의 나머지 구성원과 무척 다르다. 도착한 순간부터 완전하게 무시당한 펄은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 그렇게 회사를 자신과 다른 뜨개실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바꾼다. 영상을 보면서 아마도 업계 내 어느 곳에 가더라도 조금 다른 내가 펄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또, 자리를 지켜보려다가 떠나기로 했던 순간을 돌아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회사들을 거듭 떠났다. 대신, 2021년 노동절에 <프로젝트 인클루드>를 공개한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가 이 문서를 보면서 조금 힘을 뺄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할 기를 바란다. 서로의 다름을 널리 휩쓸어 싼,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당연해지기를 바란다. 그런 일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
# 주은
눈이 내리던 1월에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가 제법 초록색 여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지금, 2021년 5월에 공개된다.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작년 5월의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되짚어 본다. 모든 게 그저 새롭기만 했던 입사 2개월 차 인턴이었다. 조직에서 3할 정도 차지하는 나름 소수라고 여겨졌던 마케팅팀에서 “나"라는 사람의 쓸모 있음을 증명하려고 고군분투하던 때였다. 딱 1년이 지난 오늘의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앗기며 “이렇게 두드리다 보니 내 손만 아프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 이렇게 두드리니 문이 열릴 수 있겠구나” 한다. 나는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옆에는 든든한 동료이자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문을 열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로젝트 인클루드> 에서 만나는 너, 나, 우리가 손을 잡고 똑바로 서서 느려도 좋으니 그 문을 함께 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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